‘스플릿 레벨’ 이라던가 ‘스킵 플로어’ 로 알려진 방법이 있습니다. 바닥 높이를 바꿔서 연결되는 듯 구분되는 공간을 만드는 기법입니다.
라일락 옥상집에서는 바닥 대신 천장의 높이를 바꿔서 공간이 서로 연결되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침실에서도 바닥 창문을 통해 지하실이 살짝 보이고, 옥상에 올라가 있는 사람의 움직임을 거실의 높은 창을 통해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한 집에 머무는 가족들끼리 서로의 인기척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방문을 닫으면 서로 뭘 하는지 알 수 없는 아파트와는 달리, 단독주택에서는 벽 너머 공간에 남편이, 부인이, 아이들이 있다는 든든함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라일락 옥상집'에는
가족들만의 외부공간이 있습니다.
‘혼자만의 정원’, ‘가족끼리 식사를 할 수 있는 테라스’ 같은 사적인 외부공간은 많은 사람들이 단독주택에서 원하는 공간입니다. 아파트에서 나와 가족만을 위한 외부 공간을 갖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판교의 단독주택들은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마당을 확보하기 위해 애를 씁니다. 행인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중정형 마당으로 계획하기도 하는데, 오히려 옆집 과의 거리가 좁아져서 사생활이 침해되는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운중동 라일락 옥상집에서는 '가족을 위한 조용한 외부공간을 1층 대신 옥상에 만들어 보자' 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이 각자 독립된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 인기척을 느낄 수 있도록 천장의 높이를 조정했습니다.
‘라일락 옥상집’은 도심형 단독주택지에서 가족들만의 외부공간을 누릴 수 있는 집입니다.
주방은 집의 관제탑
이 집에서 제일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주방입니다. 2층 라운지의 한 가운데, 거실과 식당을 연결하는 공간에 주방을 두었습니다.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다 보면, 보통은 벽에 붙은 조리대를 마주보고 서게 됩니다. 음식을 먹는 다른 가족들과 시선이 마주칠 기회가 별로 없죠. 음식 준비하는 사람 따로, 먹는 사람 따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라일락 옥상집의 주방에서는 사방을 막힘 없이 볼 수 있습니다. 마치 비행기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공항관제탑처럼 말이죠. 식사하는 가족들, 거실의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는 손님들과 대화를 하며 음식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주방에서 거실과 식탁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시선을 가리는 키 큰 냉장고와 수납장을 모두 벽 속에 감추었습니다.
이동거리가 많은 단독주택에서
집안 일을 줄일 수는 없을까요?
단독주택에 살면 집안 일이 늘어납니다. 효율적으로 평면이 구성된 아파트와 비교하면 청소해야 할 곳도 많고, 정리해야 할 물건도 늘어납니다. 늘어나는 집안 일도 문제지만, 집안 일을 하러 이동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한 층에 모든 것이 모여 있는 아파트와 달리, 층계를 오르내리며 집안 일을 해야 합니다. 이동 거리가 늘어나는 것이 당연합니다.
우리는 집안일을 위한 이동거리를 줄이기 위해 아이디어를 생각했습니다.
1층 화장실에는 빨래를 던져넣는 투입구를 만들었습니다. 이 투입구는 지하의 세탁실로 연결됩니다. 2층 주방에서 마당으로 이어지는 작은 계단도 만들었습니다. 음식물과 쓰레기를 버리러 가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1층 침실의 침대 시트를 걷어서 힘들게 계단을 내려갈 필요 없이,
바로 옆 화장실에서 투입구로 던져 넣기만 하면 지하에 세탁물이 모입니다.